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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주농업진흥재단 이웅범 부이사장에게 듣는다

by 머루다래랑 2023. 4. 7.

 

등록 2023.04.07 19:12

 

윤기한 객원기자 (keyhani@hanmail.net

 

 

                                                            ▲이웅범 나주시농업진흥재단 부이사장

 

 

나주시가 민선 6기 시절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한 융복합 산업화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하고, 농축특산물의 안정적인 판로 개척과 농가소득 증진을 위해 설립한 나주시농업농촌융복합진흥재단(이하 나주농업진흥재단)이 출범 후 8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나주농업재단이 농업농촌 활성화와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 등에 대해 일정부분 기여한 공로도 있지만, 출연금 증가로 인한 시민 부담 가중 등 우려의 목소리도 그치지 않고 있다.

 

이에 민선 8기 나주시장직 인수위원회는 나주농업진흥재단에 대해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최근 이 재단의 부이사장으로 임명되어 재단을 수술대 위에 올린 이웅범 씨로부터 나주농업진흥재단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부이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가장 먼저 지역사회의 비판적 시각을 극복해야 한다. 과거의 은둔형 재단에서 벗어나 조직과 사업, 사업성과 등을 당당하게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개방적이고 활동적인 재단으로 변신해 시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 편집자 주

 

대담 진행 및 정리; 윤기한 객원기자

 

 

 

질문1. 최근 부이사장의 임명을 두고, ‘농업 관련 업무경력 미흡’, ‘보은성 인사’ 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본인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답)저는 1993년 고향에 돌아온 이후 30년 동안 시민운동과 정치활동을 해 왔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경영학도 출신으로서 지역 안에서 다양한 자원이 연결되고 선순환되는 경제구조를 안착시키는 일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2003년에는 당시 신정훈 나주시장, 배기운 국회의원, 이길선 나주시의회 의장 등과 함께 ‘학교급식지원조례’가 전국 최초로 나주에서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2017년 대선 국면에서는 문재인 대선후보선대위 자치분권위원회에 참여해 지역 상품에 대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의 구매·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우선구매제도’를 제안했습니다. 저의 제안이 혁신도시특별법 제29조의5(이전공공기관의 우선구매)로 제도화됨으로써 나주가 로컬푸드 공공급식 선도지자체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주요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나주농업진흥재단은 먹거리의 생산으로부터 유통, 가공, 소비, 폐기(재활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지역 안에서 선순환하도록 만드는 계획인 푸드플랜을 지원하는 나주시의 중간지원조직입니다. 특히 농산물을 유통하고 가공하는 것이 주된 임무입니다.

 

그렇게 보시면 재단의 역할과 제 경력이 결코 무관하지않다는 점을 바로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오랜 시민운동과 정치활동으로 쌓아온 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는 우리 재단이 지역 뿐 아니라 전국에서 손꼽히는 선도적 푸드플랜 실행조직으로 한층 성장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믿고 지켜봐주십시오.

 

 

 

질문2. 나주농업진흥재단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답) 우리 재단은 앞서 말씀드린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여러 인적, 물적 자원을 발굴하고, 또 서로 연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 재단은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그에 맞는 작부체계를 짜도록 농가를 지도하고, 유통혁신을 통해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생산비를,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합니다.

 

이를 통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기반이 만들어지고 시민들의 먹거리 기본권이 실현되는 등 사회적 편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하구요.

 

조직 현황을 소개해드리자면, 로컬푸드직영매장 2개소와 협력매장(숍인숍) 3개소를 관리하는 ‘로컬푸드지원센터’, 혁신도시 공공기관과 서울시 금천구에 나주산 식재료를 공급하는 ‘공공급식지원센터’, 가공식품 개발 및 생산 지원을 통해 농산물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산물종합가공센터’와 ‘천연색소산업화지원센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농촌개발사업을 담당하는 ‘농촌활성화지원센터’까지 총 5개의 사업부서가 있습니다.

 

 

 

 

질문3. 로컬푸드는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보장하고 시민들에게는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다 보니 수익을 내기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유통 조직과 매장 관리의 노하우, 충분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농협에서 로컬푸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근 화순에서는 로컬푸드를 농협에서 주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신가요?

 

답)로컬푸드 직매장을 전국 최초로 설립한 곳이 완주군 용진농협이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농협은 로컬푸드 직매장 모델을 안착시키고 확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 푸드플랜 정책이 시행된 2017년을 전후로 지방정부가 직접적인 로컬푸드, 푸드플랜 사업 주체로 나서기 시작했구요.

 

농협이 가진 역량과 강점이 분명히 있지만, 푸드플랜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중간지원조직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기획생산 체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 농업 전체를 포괄해야 하는데, 단위 농협이 그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또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전체 먹거리 소비·유통 시장에서 로컬푸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 정도 되는데, 그렇다는 것은 농협과 공공형 조직이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많다는 뜻이기도 할 겁니다.

 

실제로 우리 재단도 나주축협 하나로마트와 협업하여 샵인샵을 운영함으로써 작년 한 해 동안 약 4억 5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고, 나주농협과도 협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서 지역 농협과 관계를 맺고 로컬푸드형 관계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질문4. 그동안 늘어나기만 했던 나주시의 나주농업진흥재단 출연금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차츰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의 특성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혹시 복안을 마련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답)지금 저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바로 공익성과 경제성의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재단이 하고 있는 사업들의 공익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인정받는 일이 중요합니다. 소비자가 대형 유통업체가 아니라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장을 보면, 지불한 돈이 타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유통되면서 연쇄적인 부의 창출효과가 발생합니다.

 

이것을 ‘소비승수효과’라고 하는데, 우리 직매장에 적용하면 연간 약 100억원 이상의 소득창출 및 경제성장 효과가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을, 생산자에게는 생산비 이상의 수취가격을 보장함으로써 생기는 편익도 약 9억원으로 추산되구요.

 

이렇듯 우리 재단의 공익적 효과를 널리 알린다면, 시의 출연금이 아깝지 않다는 시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재단의 재정건전성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합니다. 출연금 감액이 정량적인 지표가 되겠지요.

 

그렇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수수료율을 인상하는 것일 텐데요.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농가소득 향상이라는 공공성은 약화 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적정한 선을 찾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재단의 현재 조직과 사업에 대해 보다 세밀하게 점검해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선 직원들의 업무부담을 줄여 인력운영을 최소규모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무를 분담하고 매출 확대를 위한 세일즈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조만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질문5. 로컬푸드직매장은 빛가람점과 금남점(금나와락)이 있고, 협력매장(광주 남구 로컬푸드 매장과 문흥동 롯데슈퍼, 나주축협 하나로마트)이 있는데, 운영상의 문제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통폐합과 구조조정 및 포장과 진열방식의 개선 등에 대한 검토는?

 

답)로컬푸드 직매장은 정기적인 잔류농약 검사와 당일 출하 원칙을 통해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공익적 성격의 농산물 판매점입니다. 아쉬운 점은 다른 지역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주차장과 충분한 규모를 갖춘 매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빛가람점도 빛가람동 외곽에 있는 임대 매장이고 금남점도 매장용도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당장 매출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원스톱쇼핑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나주축협 하나로마트 협력매장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더 큰 시장을 겨냥해 진출한 광주 남구 로컬푸드직매장과 문흥동 롯데마트의 협력매장(매장 내 소규모 매장)은 적자 상태입니다.

 

우선 문흥동 롯데마트 협력매장을 정리하기 위해 나주농협 하나로마트에 협력매장 개설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빛가람점은 수산물 코너와 제빵코너를 정비해 다시 운영하고 있고, 꾸러미 근거리 배송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한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맞춤형 꾸러미 상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열방식 개선과 다양한 판촉이벤트 등을 통해 매출 확대 노력도 진행 중입니다.

 

 

 

 

질문6. 서울시의 공공급식사업 변경에 따라 앞으로 서울 금천구에 납품하던 13억 원에 달하는 공공급식의 판로가 막힐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갖고 계십니까? 더 나아가 판로 확대에 대한 방향은 어떤 것이 실천 가능할까요?

 

답)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공급식사업을 자치구가 아닌 서울시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금천구와의 도농상생 공공급식사업은 올 연말까지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농상생 공공급식이 우리 재단의 주요한 매출처이기는 했으나 전남도와 나주시의 보조금 없이 적자를 면하기 어렵고, 장거리 배송이 로컬푸드의 취지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 등 몇 가지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따라서 도농상생급식 중단에 따른 매출액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관내와 광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신규 시장을 발굴하는 연착륙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는 제가 어느 누구보다 자신 있는 분야입니다.

 

이미 국립나주박물관과 빛가람병원, 동신대학교, 나주시니어클럽, 나주밥상 지정 식당 등과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그야말로 촘촘한 푸드플랜으로 지역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지역사회 곳곳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질문7. 전 사회적으로 탄소저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부이사장께서는 이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답)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저감은 푸드플랜이 지향하는 핵심 목표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온난가스 발생에서 글로벌 푸드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략 1/3 정도 된다고 합니다.

 

산업화된 농업 시스템, 전지구적 물류, 대량 가공, 패키징 등을 지양하고 로컬푸드 중심의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 재단은 로컬푸드 유통망을 구축하고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탄소저감 노력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으로 유기적, 생태적 농업방식을 확산시키고 생분해 포장재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질문8. 농업농촌진흥재단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립니다.

 

답)나주농업진흥재단은 가장 먼저 지역사회의 비판적 시각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은둔형 재단에서 벗어나 조직과 사업, 사업성과 등을 당당하게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개방적이고 활동적인 재단으로 변신해 시민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홈페이지 개편과 적극적인 사업홍보를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앞서 설명드린 대로 공익성과 경제성의 조화를 통해 농민들은 물론 시민들의 공감을 확보해 나가야 합니다. 조만간 나주시와 시의회에 이에 관한 내용을 담은 중장기발전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세 번째로는 농산물 가공산업의 전진기지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우리 지역에 있는 농촌경제연구원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나주배연구소, 전라남도 농업기술원, 전남식품산업연구센터, 전남대학교, 동신대학교 등과 함께 농산물 가공산업 협력체계를 형성해 쌀과 보리, 나주배 등을 활용한 농산물가공산업을 활성화시키겠습니다.

 

네 번째로 농산물의 전국 최대 생산지답게 나주시와 함께 생산으로부터 유통 가공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가장 모범적으로 진행하는 선진지역으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나주시의 먹거리 지수는 A(최우수상)등급에서 S(대상)등급으로 향상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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